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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이 경쟁력(초등생 인맥이 뜬다)
작성자 오헌철 등록일 11.07.12 조회수 84

  #서울 명원초등학교 6학년 정재훈 군은 초등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학습사이트(에듀모아)에서 개이니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정 군의 홈페이지엔 전국 200여 명의 학생이 '친구'로 등록돼 있다.

  정 군은 매주 3회 이상 이 사이트에 접속한다. 목적은 '학습'과 '인맥관리'. 정 군은 하루 1시간으로 제한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쪼개 50분은 학습으로, 10분은 인맥관리에 투자한다.

  먼저 20분짜리 강의 2개를 연속으로 듣는다. 강의 직후 복습까지 빠르게 마친 후 10분 동안은 친구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인맥관리를 한다. 게시판에 올라온 친구들의 고민을 보면 지나치지 않고 응원성 메시지를 남긴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는 방명록에 안부를 묻는 짧은 글을 남기는 식으로 관심을 표시한다.

  이렇게 6개월 이상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온라인 친구'는 자연스레 '스터디 메이트(학습 자료나 정보를 공유하는 친구)'로 발전하는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스터디 메이트들은 시험기간에 놀라울 만큼 요긴한 '힘'이 된다.

  스터디 메이트끼리는 시험기간이면 학교 수업시간에 한 노트필기를 e메일을 통해 서로 바꿔본다. 이렇게 다른 학교 친구의 노트를 훑어보면 특정 단원에서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십중팔구 시험문제로 나온다.

  먼저 시험을 치른 다른 지역 친구들은 종종 '○○단원에서 3문제 나왔다' '백제가 고구려보다 얼마나 빨리 멸망했는가를 묻는 주관식 문제가 나왔다'는 핵심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오기도 한다.

  정 군은 "친구가 많으면 그만큼 얻는 정보가 많아 시험 공부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혼자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것만큼 다채로운 정보를 가진 친구를 두루 사귀는 일도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정 군은 반 1, 2등의 성적을 유지한다.

 

  #서울 잠일초등학교 6학년 김종국 군. 그는 쉬는 시간에 좀처럼 자리에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옆반에 놀러가거나 운동장으로 나가 친구들과 축구를 한다. 복도를 걸어갈 때도 김 군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후배, 같은 태권도장에 다녔던 친구와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

  절친한 친구의 생일은 달력에 기록해 놓았다 생일날 '축하한다'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다. 시험기간엔 필기한 노트를 복사해 필요한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거나 친한 친구들과 문제집을 돌려 풀며 공부한다. 시험 직전 친구들에게 문제를 내주는 역할도 도맡아 한다.

  바쁜 학원 스케쥴 때문에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놀지 못하는 김 군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인맥관리를 한다. 매주 토요일 밤엔 친한 친구 3, 4명을 불러 함께 먹고 자며 '형제애'를 나눈다. 1학년 때부터 학급 반장을 도맡아 온 김 군은 6학년 1학기 땐 전교 회장으로 당선됐다.

 

●'마당발' 초등생의 등장

  정 군과 김 군처럼 인맥관리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초등학생이 적지 않다. 이들은 '인맥이 경쟁력'이란 신념으로 네트워킹의 첨병인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활용해 온.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또래들을 사귄다.

  주로 인터넷으로 인맥관리를 한다는 서울 묵현초등학교 5학년 천미경 양. 천 양은 "별자리나 특정 동식물을 좋아하는 온라인 동호회 도는 수학 영어 과학전문 학습사이트에 가입하면 관심사가 같은 선배들이나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또래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 빠르고 편리하게 인맥을 쌓을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오프라인 만남에 참가하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인맥으 ㄹ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겅기 수원시 명인중학교 1학년 유승호 군이 대표적 사례.

  현재 유 군의 컴퓨터 주소록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소프트웨어 개발 잠당자부터 서울 성균관대 생명공학과 교수, KAIST 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두 21명에 달하는 '멘터(mentor)의 연락처가 등록돼 있다. 유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수학, 과학 분야의 전문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캠프나 봉사활동, 체험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회서어 만남을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시켰다.

  "먼저 '생명공학자가 꿈인 유승호'라고 구체적으로 자기 소개를 한 뒤 전문가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져 대화를 이어 나가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전화, e메일을 통해 궁금한 점을 묻고요. 인터넷으로 특정 분야의 대가를 찾아 '롤 모델이 되어 달라'는 e메일을 보내기도 해요"

  유 군은 주말마다 멘터들에게 e메일을 보낸다. 주중에 혼자 공부를 하면서 풀지 못한 수학문제를 묻거나 진로에 대한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의학, 커퓨터, 과학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하는 멘터들은 유 군의 'SOS메일'을 받을 때마다 친절한 답변과 함께 학습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보내주거나 책을 소개해 준다. "연구실로 찾아오라"며 귀한 시간을 내주는 교수님도 있다.

  유 군의 어머니 권미영 씨(39)는 "아들이 예전엔 단순히 '생명공학자'가 꿈이라고 말했었는데 요즘은 '요즘은 국내외 어느 대학에 입학해 몇 살 때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어떤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밝힌다. 인맥을 통해 다채로운 정보를 접하다보니 꿈도 구체적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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