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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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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
작성자 지영식 등록일 15.01.14 조회수 57
이책은 사변 전 우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생사에 관한 안부가, 자연히 나와 B의 대화의 주요한 말거리였고, 자연스럽게 경희의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B가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그 어감 속에는 그의 표정까지를 보지 않아도 께름칙하고 불투명한 구석이 적지 않게 섞여 있음이 느껴져 왔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사태가 정작 내 앞에 벌어지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휴가중의 외출에서 돌아올 때 공교롭게도 B의 가족 동반의 기회에 마주친 일이다. 여기에서 오래도록 감추어졌던 모든 자물쇠는 열렸다. B의 옆에는 벌써 어머니가 된 경희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경희는 충격적인 고함소리 한마디를 치고는 이상하게도 기계라도 정지하는 것처럼 다시 태연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경희의 말이었다. 나더러 애기가 몇이냐는 것이다. 결혼은 했는냐는 여부도 없이 선 자리에서 한 단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나는 어느 말부터 끄집어내야 할지 이야기의 실마리를 잃고 멍추같이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얼마를 두고 머릿속에 감아 붙던 B에 대한 적의가 차츰 경희에게로 옮겨져 가는 것 같은 미묘한 감정을 의식했다. 그러면서도 나의 경희에 대한 미련 같은 아쉬움은 완전히 가셔지지 않았다. 그것이 다시 B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동되었다가 또다시 경희에게로 옮겨졌다가 하는 유동이 얼마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B에 대한 배신감만이 완전히 고정적인 자리를 차지해 가게 되어 버렸다.

이책에 내용은 정말 신비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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