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를 읽고.. 연금술사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이 '연금술사'란 책 제목을 보고 금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나와있을지 모른다는 황당한 상상을 하며 책의 첫 장을 펼쳤다. 양치기 산티아고는 스페인의 어느 한 작은 마을에서 사는 평범한 양치기였다. 어느 날 그는 이집트, 피라미드 가까운 곳에 보물이 있다는 꿈을 꾸고 갑자기 하루하루가 똑같은....... 너무나 단조로운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살렘의 왕이라고 하는 노인이 나타난다. 그 노인은 피라미드의 감춰진 보물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며 자아의 신화에 대해서 얘기했다. 난 산티아고와 마찬가지로 '자아의 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노인은 '자아의 신화'가 자기 자신이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신화를 이루기를 간절히 소망하면 온 우주는 그 소망이 실현되게 도와준다고 했다. 난 여기서 이 책이 제목처럼 정말 연금술에 대해서 나와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이 책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자아의 신화'에 관한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노인이 정의를 내린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 나는 이 신화에 대해서 이해를 해보려고 머리를 쥐어짜가며 고민을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는 것을 멈추고 산티아고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 자신의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산티아고는 노인에게서 그가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표지인 우림과 툼밈이라는 크리스탈을 받고 보물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첫 번째 도착지에서 사기를 당해 돈을 몽땅 잃은 산티아고는 크리스탈 상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가 점원으로 있자 크리스탈 상점의 매출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산티아고는 더 빨리, 생각보다 더 많은 돈을 모으게 되었다. 하지만 산티아고가 돈을 모으는 목적은 피라미드에 가기 위해서가 아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양을 사기 위해서였다. 상점 주인에게서 피라미드는 수백 킬로미터도 넘는 사막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희망도 모험도 보물도, 자아의 신화도 포기해버렸던 것이다.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포기한 순간 그에게 좀 실망을 했다. 확실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보물을 위해서, 자신의 소망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날 만큼 단단했던 그의 마음이 말 한마디를 듣자마자 모든 것을 포기한 채로 마음이 풀려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산티아고라면 '나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수백 킬로미터를 가야한대도 그 보다 더 한 힘든 길이 있더라고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자아의 신화를 포기한 그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은 온데 간데 없고 어두운 기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문득 난 평소에 얼굴이 어두울 때가 많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 때의 내 얼굴은 자아의 신화가 사라진 산티아고의 얼굴과 비슷했을 것이다. 순간 어떤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 얼굴이 어두운 것은 나에게 간절히 소망해서 이루어야 할 자아의 신화가 없었기 때문이란 것을....... 계속 책을 읽어나가면서 산티아고가 결국에는 다시 한번 마음 먹고 여행을 떠날 것을 알았다. 그가 포기하게 되면 그는 나의 자아의 신화, 더 나아가서는 모든 독자들의 자아의 신화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대로 산티아고는 다시 한번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길에서 만난 영국인과 사막을 가로질러 갔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도중에 부족간에 전쟁이 일어나 대상 행렬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오아시스 마을에 머물러 있기로 했다. 그는 여기서 파티마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처음 본 순간에 사랑에 빠지게 됐다. 또 매의 표지를 읽어냄으로써 오아시스에 일어날 운명이었던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피하게 하고 영국인이 찾던 금을 만든 연금술사를 만나 피라미드를 향해 떠났다. 연금술사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산티아고는 마음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알았고 만물의 언어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여기에 나와있는 만물의 언어란 지상의 모든 생물들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언어를 말한다. 연금술사와 함께 전쟁중인 부족의 사령관에게 첩자로 오인받아 죽을 위기에 처한산티아고는 바람으로 변해보라는 사령관의 명령에 이 언어로 바람과 해와, 세상을 만드신 손과 대화를 하며 바람으로 변해간다. 산티아고가 바람으로 변해가는 이 장면은 그가 자아의 신화를 이해하는 부분이며 나 역시도 자아의 신화에 대해 이해했던 부분이었다. 그가 손에서 표지를 찾을 때 나도 그 표지들을 찾으려 애썼으며 그 표지들이 이 세상에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려 할 때 나도 그것들을 이해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나 산티아고는 그 표지들을 만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표지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는 없었지만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다. 만물을 만든 것은 그 손이며 따라서 그 손은 만물이 자아의 신화를 이루게 도와야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그 손은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으려는 그의 자아의 신화를 이루게 도와주기 위해 표지를 만들었고 그 분께서는 언젠가 나 자신의 소망을 이루려 노력할 때 표지로 나를 도울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 표지를 통해서 나와 표지가 될 수 있는 만물들이 하나로 연결되서 서로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내가 태어나고 내가 어떤 행동들을 함으로써 매일매일 세계가 재창조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 스스로가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음으로 내가 세상을 만드신 손의 일부임을... 따라서 나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음을 ... 기적을 행하는 것이야 말로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것임을... 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중 하나를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몇 분 정도 이 느낌을 만끽한 다음 아직 끝나지 않은 산티아고의 여정을 따라갔다. 연금술사와 헤어져 피라미드에 도착한 산티아고는 그 곳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대신 표지를 읽고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고향에 있던 무화과나무 아래였다. 그 아래를 파자 큰 상자가 나왔고 그 상자 안에는 보물이 가득 들어있었다. 보물을 찾는 순간 바람이 불어왔고 산티아고는 그 바람 속에서 파티마의 숨결을 느끼고는 파티마에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이로써 연금술사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람과 보물이 새로운 표지이며 파티마야말로 산티아고가 찾던 보물이며 산티아고의 신화라고 생각한다. 파티마는 산티아고의 사랑이었고 사랑이야말로 만물의 정기 중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과 마음으로 통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 아닐지... 그렇기 때문에 산티아고에게 있어서는 파티마가 자아의 신화가 아니었을지... 산티아고의 신화는 파티마였지만 나의 신화는 무엇일지... 그리고 내가 나의 신화를 이룰 때 표지들이 날 도와줄 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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