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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데이즈[노래풀이] {1}
작성자 권준하 등록일 15.09.13 조회수 88

아지랑이 데이즈


 8월 15일 12시 28분, 날씨는 무척 밝다.

 “아아, 이정도면 뜨겁잖아…….”

 햇살은 병이 들어버릴 정도로 눈이 부셨고, 또한 뜨거웠다.

 “그래도 이정도면 꽤나 좋지 않아? 우리한테도, 이 고양이한테도.”

 “그래, 그래. 네 말이 맞아.”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면 할 일은 없었다. 게다가 부정적인 투로 말해버렸지만 이런 햇빛, 햇살. 싫어하진 않는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좋아한다.

 “그렇지만 말이야, 역시 여름은 조금 싫어하려나.”

 아이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넉살좋게 중얼댔다. 길고양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저 애가 굳이 데려온 거지만, 어쩐지 탐탁치는 않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의 시작점을, 이 고양이가 선택한 것 같이.

 평화로웠다, 아니 즐거웠다. 마치 세상 모든 즐거운 일들을 알아가고 얘기하는 것 같이, 이 아이와 애기하면 즐거웠다. 한참을 애기하던 중 그네의 연결고리 부근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슬슬 돌아갈 시간인가.”

 “벌써?”

 “난 이래봬도 꽤 모범적인 녀석이란 말이지. 빨리 들어가야 돼.”

 “네, 네. 알겠습니다.”

 “못 믿어?”

 웃음소리,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을 법한 그런 순진하고 청량한 웃음소리. 알고지낸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다. 지키고 싶었다. 아니, 지키겠다, 난 그렇게 다짐했다.

 “아, 고양이가…….”

 품에서 뛰쳐나간 고양이, 그때까지는 대수롭지 않았다. 길 고양이었고, 자유를 빼앗긴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고양이가 달려간 곳은, 아이의 발길이 닿은 곳은,

 “어,”

 이미 붉게 물들어버린, 신호등이었다.


쾅.


 “아……아…….”

 순식간이었다. 달려들었던 트럭은 속도를 늦출 세도 없이 아이와 충돌했고, 아이에 몸은 공중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체, 차가운 바닥에 떨어졌다.

 “아아……아아……!!”

 주변 모두가 보였다. 당황하는 사람, 울먹이는 사람, 카메라로 찍는 사람. 그리고 옷에 묻은, 얼굴에 묻어버린, 아직 체 식지 않은 붉은 선혈이.

 아이의 주변은 천천히, 그리고 넓게. 차디찬 아스팔트를,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처럼, 그렇게 붉게 물들여가고 있었다.

 “어째서…어째서……. 거짓말이지? 이런 거……다 거짓말이지…? ……제발…….”


풋,


 한순간이었다. 아니,


큭큭…….


 누군가 비웃고 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 맺히고,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울부짖었던 나를, 싸늘히 식어가, 이젠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아이를, 비웃는 소리에, 분노와 슬픔이, 섞여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었다.

 “……. 거짓말…….”

 “거짓말? 어떤 것을 의미하지? 그곳에 누워, 이젠 시체가 되어버린 그 아이? 아니면, 너와 같은 모습을 한, 아지랑이인 나?”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다리는 굳어 움직이지 않았고, 숨은 쉬어지지 않았다.

 “둘 중 하나만 답해도, 모든 것은 설명이 되겠지.”


 “거짓말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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