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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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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비가 그치는 날 -下-
작성자 권준하 등록일 16.05.23 조회수 19

 —8일째, 여전히 폭우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폭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전례 없던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직접적인 피해 소식은 없지만, 외줄타기 같은 아슬아슬함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무기한 휴교, 교통이 마비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합니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이 비는—…….


 ……그녀는 잘 지낼까. 이 빗속에서도 웃으며 지내고 있을까. 순식간에 모든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녀에게 닿고 싶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미소를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자. 눈치 없이 내리는 이 비가, 너무나도 얄궂게 느껴졌다.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연락처를 바라보고, 혹시 모르는 전화를 걸었다. 곧 그녀가 받았고, 그녀의 목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감정이 울컥하고 북받쳐오고 내 입에서는 단 한마디의 짧은 소리만 세어 나왔다.


 “기다려줘.”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봐왔던 계단을 쉴 세 없이 밟았다. 정문을 박차고 나와, 나를 때리며 말리는 빗속을 뚫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이제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물방울이 얼굴의 윤곽을 따라 흐르고, 요동치는 심장은 그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였다. 이 비를 맞으며 날 기다리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동자는 촉촉했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빗방울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 미안해…… 미안해…….”


 이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서 떨어졌고, 그저 날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8일째, 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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